육아를 시작하고 나니 외출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이를 돌봐야 하기도 하고, 아직 아이가 나갈 수 없는 시기(이제 겨우 40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만 있는 우리 부부에게는 자연스럽게 눈치게임이 시작되었다.
외출을 하게 되면 그 순간만큼은 '육아 퇴근'이다.
하지만 한 명이 나가면 나머지 한 명은 온전히 아이를 봐야 하기에 초보 엄마, 아빠인 우리는 아직 버겁다.
그래서 일부러 외출을 만들지는 않는다. 마트도 굳이 나가지 않고 인터넷에서 주문하거나, 가까운 곳에서 간단히 해결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집 밖으로 나갈 일이 더욱 줄어들었다.
그러던 오늘, 아내가 힐링을 위해 사우나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사실 나는 중간중간 볼일로 외출한 적이 있었지만, 아내는 정말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묘한 감정이 들었다. 갑자기 나간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서운하기도 하고,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내도 긴 시간 집에서 육아만 했으니, 당연히 힐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오랜만에 다녀와~"라고 말하며 보내주었다.
육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내가 사우나에 간 사이, 나와 아이 단둘이 남았다.
아이는 너무 사랑스럽지만, 신생아 육아는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다.
아이가 잘 먹고 자야 성장에 도움이 되기에 재우려고 노력하지만, 이게 어디 뜻대로 되는 일인가?
이상하게도 등센서가 발달해버려서 내 손에서 내려놓는 순간 아이의 얼굴에는 "이제 울 거야!"라는 표정이 스친다.
그리고 곧바로 울음이 터진다. 결국, 내 품에서 깊이 재운 후에야 그나마 오래 자는 듯하다.
(아이가 자야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다... 육아의 진리다.)
오늘은 아이의 등센서가 ON이 되어 있었기에, 재우기를 포기하고 함께 모빌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아내가 떠올랐다. '아, 정말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둘이 셋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도, 아내도 개인 시간이 부족해지거나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아이가 분유를 먹고, 자고 하는 이 시기에 서로 시간을 만들어 주고 번갈아 가며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한다면, 육아를 조금 더 스트레스 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여유가 주는 큰 차이
아내가 돌아올 시간이 되어갈 때쯤, 나는 아내에게 "올 때 맛있는 거 사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나도 조만간 나만의 외출을 계획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서로를 위한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앞으로의 육아 생활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이제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육아는 끝이 없는 마라톤과 같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라톤을 함께 달려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숨을 돌릴 작은 쉼표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 밤, 육아 퇴근 후 아내와 함께 간식이라도 나눠 먹으며, 서로의 하루를 공유해야겠다. "오늘 사우나는 어땠어?"라고 묻고, "우리 오늘도 잘 해냈다!"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말이다.
육아는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다.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는 작은 여유가 있다면, 이 여정이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